박정민. 영화'변산'으로 돌아온 그를 만나다

December 6, 2018

짙은 눈매가 매력적인 그에게서는 금세라도

터질 것만 같은 꿈틀꿈틀한 감정들이 읽혔다.

 

 

금세라도 터질 듯 꿈틀꿈틀한 감정들

2011년 영화 ‘파수꾼’의 앳된 얼굴들 속에서 희준 역을 맡은 배우에게 제일 눈길이 갔다. 우라사와 나오키의 만화책 한 페이지에서 밖으로 흘러나온 캐릭터 같았다. 짙은 눈매가 매력적인 그에게서는 금세라도 터질 것만 같은 꿈틀꿈틀한 감정들이 읽혔다. 엔딩 크레딧에서 희준 역의 배우 이름을 확인했다. 박정민. 영화 ‘변산’으로 돌아온 그를 만났다.         

 

 ‘변산’팀의 인터뷰는 좀 특별하다. 이준익 감독, 김고은, 그리고 지금 이 자리까지 각각 인터뷰를 하는데도 가족사진처럼 한 프레임에 담기는 기분이 드는 건 왜일까?

촬영현장 분위기가 너무 좋았다. 나만 좀 힘들었던 것 같고…. (웃음) 감독님 현장이 워낙 재미있다. ‘동주’ 때도 그랬는데, 배우들이 자유분방하게 연기할 수 있게 해주신다.

 

배우가 준비한 것을 펼칠 수 있는 현장이다. 재미있으면 서로 깔깔깔 웃기도 하고, 이상하면 놀리기도 하고 그러면서. 감독님은 그 어떤 역할의 배우도 똑같이 믿어주신다.

 

‘변산’에서는 주인공 학수를 맡아서 무명 래퍼 a.k.a 심뻑이라는 쉽지 않은 역할에 도전했다. 음악 전문가가 아니라서 무대 장악력은 모르겠으나 스크린 장악력은 괜찮았다. 학수를 연기하면서 가장 힘들었던 점은?

랩이다. (웃음) 랩 가사를 쓰는 것도, 랩을 하는 것도 힘들었다. 사실 나에게는 일종의 강박 같은 것이 있다.

 

내가 하는 것이 맞다고 생각하는 것. 좀 물어보고 부탁을 해도 됐는데, 이렇게 하는 것이 영화에도 나에게도 이득이 되겠지 싶어서 하다 보니까 시간을 많이 투자할 수밖에 없었다.

 

학수의 랩이 후반으로 갈수록 드라마와 물리면서 울림이 더 커졌다. 직접 랩을 작사한 만큼 특별한 구절이 있을 것 같다.

제일 좋아하는 대사이기도 한데, ‘폐항’이라는 시를 가사에다 넣은 부분이다. 감독님도 그랬지만 나도 시나리오의 그 시에 꽂혔다. 무조건 가사에 넣고 싶다고 생각했는데,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전전긍긍하다가 라임을 맞춰서 1절 마지막에 집어넣었다. 생각보다 잘 들어갔다.

 

 한예종 연극원 후배로 절친한 김고은을 작품으로는 처음 만났는데.

현장의 고은이는 항상 나보다 어른이었다. 구구절절 이야기하면 사실 한 시간도 모자란다. 현장 분위기를 북돋우고는 싶은데 해야 할 것들이 너무 많아서 엄두를 못 낼 때, 고은이가 배우들과 스태프들을 독려했다.

 

당연히 큰 의지처가 됐다. 또 영화에서 학수가 장면마다 나오는데 신마다 욕심을 내면 영화가 지루할 테니까, 상대 배우와의 관계성에서 나오는 학수가 중요했다. 연기로야 좋은 배우라는 걸 알고 있었지만 고은이하고 첫 테이크를 찍은 후 안도했다. 고은이랑 나오는 신은 다 맡겨도 되겠다, 그냥 잘 맞춰주기만 하면 되겠다 싶었다.

 

‘변산’은 이준익 감독의 전작인 ‘동주’ ‘박열’처럼 청춘을 다루고 있고, 시는 물론 시를 닮은 랩이 등장한다. 시대극과 현대극, 비극이 아니라 희극이라는 뿌리에서 싹을 틔운다는 점이 큰 차이 같다.

어쩌면 ‘변산’도 내용상으로는 비극이다. 면면들을 살펴보면 넉넉한 인물들이 없다. 자칫하면 어둡고 침울한 영화가 될 수도 있었는데, 좀 환타지적으로 유쾌하고 엉뚱하게 인물들을 다뤘다.

 

그 점이 가장 큰 차이인 것 같다. 조금은 엉뚱하고 장난스럽게 진심을 다루지만, 하고 싶은 어떤 이야기들이 그 안에 분명 있다.

 

종종 연기가 화면을 뚫고 전해지는 순간이 있다. 그래서 연극처럼 직접눈앞에서 보고 싶은 사람들이 꽤 있을 듯하다. 혹시 공연 계획이 있는지?

계획은 없고 의지는 있다. 한다면, 작은 연극을 하고 싶다. 소극장에서 친구들과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올리고 싶다. 여러 가지 상황이 맞아야 가능하니까 쉽지는 않겠지만 가능성은 열려 있다.

 

혹시 처음으로 극장에서 본 영화를 기억하는지.

중학교 때 본 ‘쉬리’. 지금 정확하게 그 느낌이 기억나지 않지만 극장이 되게 커보였다. 지금 가보면 작은 극장인데, 그때는 스크린도 그렇고 왜 그렇게 커보였는지 모르겠다. 극장에서 영화를 보는 재미를 알게 됐다. 며칠 뒤 또 다른 극장에 가서 ‘러브레터’를 봤다. 그러면서 동네 친구들이랑 극장을 막 다니기 시작했다. 그냥 극장에 너무 가고 싶었다.

 

교복이 참 잘 어울리는 배우다. 흥미로운 것은 1등을 안 놓치는 반듯한 모범생의 얼굴도, 공부를 완벽하게 내려놓은 꼴등의 얼굴도, 같은 공간에 있어도 다른 생각으로 가득한 4차원의 얼굴도 품고 있다는 점이다. 실제로는 어떠한 학생이었나?

중학교 때는 1등을 놓치지 않는 모범생 아이였다. 고등학교 때는 영화 하겠다고 공부를 좀 내려놨고. 내가 다닌 고등학교가 공부를 잘하는 학교로 유명했다. 공부를 너무 잘하는 애들이 많다 보니까 자동적으로 내려놓을 수밖에 없었다.

 

상대적 박탈감 같은 거랄까? (웃음) 함께 극장을 막 다닌 동네 친구들이 궁금하다.분당에 오래 살았다. 동네 친구들은 아직도 동네에 살고 있고, 여전히 제일 자주 보는 친구들이다.

 

친구들은 툭 하면 무너져 내릴 수도 있는 상황에서 아내와 아이를 위해서 뭔가 막 짊어지고 산다. 그런데 우리끼리 있으면 그런 모습들이 잘 안 보인다.

 

자신이 너무 힘들다고 해서, 곁의 사람들까지 다 힘들게 하고 싶지 않으니까 그냥 만나면 그 자리에선 재미있는 이야기가 오가고, 웃기도 하고…. 그게 현실이다. ‘변산’에서도 그런 현실적인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다.

 

송몽규도, 학수도 글을 쓰는 사람들이다. ‘쓸 만한 인간’이라는 산문집을 출간한 필력 있는 배우 아닌가?

책은 냈지만 필력은 없다. (웃음) 고은이 생일에 ‘변산’의 배제기라는 배우가 생일 선물로 내 책을 줬다. 그래서 싸인을 해줬다. ‘고은씨 팬이에요.’라고. (웃음)

 

자신이 쓴 산문집에서 어제보단 오늘이 더 낫고, 우리들의 성장판이 평생 열려 있을 거라는 구절이 인상적이다.

사실 이 책은 ‘변산’하고 약간 닮았다. 나라는 사람이 비관적인데 너무 힘들다든지 이렇게 쓰고 싶지가 않고, 오히려 웃기게 쓰고 싶었다. 그 문구도 사실 정말 속이 새카맣게 타는데 그렇게 적었다. 내가 생각하는 것에 있어서 긍정적인 부분만 글로 적는다. 그 안에 깔려 있는 내 심리 상태는 못 적겠다. 다 잘 될 거다. 과연 그럴까…? (웃음) 그렇게 나도 의심하면서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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